그림으로 보는 세상

김계희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

두나별 2007. 7. 8. 15:58


유년





햇빛 쏟아지던 날




아버지와 자전거




bird




bird




bird




concert




농부




농부




농부




농부








star




star





빨래




빨래





빨래




loveletter




연애하는 사람




무지개




무지개




무지개




무지개




미련




미련




햇빛 쏟아지던 날




햇빛 쏟아지던 날




love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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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 세 들어온 신혼부부,그들은 무척 다정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 그들이 수박을 나눠 먹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맛있게 수박을 먹던 색시가 갑자기 신랑의 얼굴에
'퉤' 하고 수박씨를 뱉지 않겠어요?

그런데 까만 수박씨가 다닥다닥 얼굴에 붙은 신랑이
사랑스런 눈빛으로 색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자지러질 듯 웃는 게 아니겠어요?

신랑은 색시를 정말로 사랑하나 보다 생각했지요.



어느 날 나도 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다가
새색시의 그 사랑스럽던 모습이 생각나
엄마의 얼굴에 '퉤' 하고 수박씨를 뱉어냈겠죠.



그리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엄마를 동그랗게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아마도 엄마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나 보지요?

출처: www.paintinglady.com홈으로 연결됩니다
 
 
며칠전 어머니와 함께 로뎅전을 보러갔다.간간히 눈발이 날리고 어머니의 걸음은 좀처럼 느리다.
<엄마 이제 늙었구나.빨리 걷질 못하네..>어머니는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슬그머니 웃으신다,
어머니는 당신이 늙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런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어머니의 걸음은 예전과 달리 많이 굼뜨다.
자꾸만 내 걸음이 어머니를 앞선다, 가다가 옆을 보면 서너걸음 자꾸만 뒤쳐지신다.
이년전이던가 어머니와 엑스포에 구경을 갔을때만 해도 어머니는 나와 걸음을 같이  하셨다.
그때는 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해도 어머니는 마냥 신이 나는지 내 가방을 둘러매고 멋진 꽃탑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셨다.
나는 택시에서 로뎅에 관한 짧은 설명을 해 주었다.대략 까미유 끌로델과 로뎅에 얽힌 사연이었다.
전시장에서 어머니는 작품보다는 로뎅에 관한 작품 설명을 읽으시느라 두어시간을 다 보낸다.
다리가 아프시다고 한두달 전부터 말씀하시더니 급기야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오셨다.
그날 어머니와 <인체의 신비전>에서 함께 보았던 관절염에 걸린 뼈가 엄마의 몸속에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밤 어머니는 적외선 치료기에 다리를 내린 채 주무시고 계시고 나는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는 최근 부쩍 늙으신 듯 하다. 아주 오래전 엄마의 나이는 45세이셨지만
이제 67세의 노인이 되어 올해부터는 지하철도 공짜로 타고 공연도 30% 할인된 가격에 본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던 어머니가 얼마전엔 이제 결혼해서 나가 살라고, 이제 같이 사는것도 지겹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조금 우울했다.

어머니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때면 당신의 너무 착함이 나를 가슴 아프게 한다.
당신처럼 희망적이고 인내하며 순수한 이를  난 여태 본 적이 없다.
그러한 것들은 어머니의 인생을  힘들게 몰아갔다.
서른이 되면 어머니를 편하고 행복하게 모실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삶을 이룩하고자 하는 이유의 궁극에는 늘 어머니가 있다.
간들간들한 외줄타기 같은 내 삶의 끝에,내 방황의 끝에 늘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유년에 대한 이 끊임없는 간절함은 어머니로부터 출발되었다.
그러므로  당신 없이 나는 거기에 닿아야 할 아무런 의의도 가지지 못한다.
내가 어떤 것도 이루어 내지 못하고 그저 나아가기먄 하는 이 길 어디쯤에서 어머니가 영영 사라지게 된다면
나는 아마 이 길을 걸어가지 못하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허망감은 나를 유령처럼 두렵게 한다.
<그래도 네겐 그림이 있지 않느냐. 그림은 너에게 희망을 주지 않느냐..>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림이 나의 희망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것은 나에게 희망하는 법이 되었고  
그것을 어머니께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만일 삶이 회상에 관한 진술 뿐이라면 그것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엄마 때문에 삽니다. 엄마때문에 그림을 그려요. 엄마가 죽으면  이 이야기들은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
나의 희망은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갑니다. 그때까지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계셔야 해요..


 
- 페인팅레이디 김계희
 


Il Postino, OST - Luis Bacal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