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겨울호수

두나별 2007. 12. 22. 17:06
    겨울 호수, 차가움보다 더한 고독의 설움이 흐른다 /호미숙 회화나무 한 그루 제 몸을 부둥키고 몇 아름의 둘레로 외로움을 홀로 끌어안았다 고개 떨구고 침묵과 침묵 사이 사계절이 몇 번을 지나 하얀 계절에 우리의 첫 만남의 자리 색바랜 나무 벤치엔 우리의 추억이 겨울 햇살을 보듬고 빛을 자른다 당신이 있던 빈자리엔 앞서간 내 그림자가 흔적을 감싸며 내려앉고 또 하나의 그림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서성인다 강바람의 싸늘함이 솜털을 간질이다 소름이 돋는다 아니, 차가움보다 더한 무서운 고독의 설움이 돋는 것이다 얼지 않은 호수는 유유히 흐르고 우리의 결빙된 사랑은 녹을 줄 모르는데 당신은 지금 내 곁에 없건만 은빛 호수 위, 한 무리의 새가 비상하며 겨울 풍경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