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4일 수락산에서..
몇일간 비가 내린뒤 날씨가 개인다는 말을 듣고 등반길에 올랐다.
그런데 올라갈 수록 안개가 너무 짙어 그 안개는 곧 안개비가 되어 내릴 정도로 한치의 앞도 가늠 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그 운치가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설)룬의 아이들에서 나오는 어느 한대목처럼
이쪽에서는 저쪽이 안보여도 저쪽에서는 이쪽이 잘 보이게 하는 결계를 쳐놓은 듯한 기분이랄까?
정말 그랬다.
오르고 내리는 그 길이 험하고 그 악조건 속에서 바위를 타고 내리는 일
세상이 더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사진이 나올지 어떨지도 의문을 해가며 찍은 이 사진이 이렇게 은은한 고귀한 사진이 뒬줄은...?
그래서 보성 녹차밭 같은 곳을 가는 사진 작가들이 안개 끼기를 기다리다가
끝내 안개가 없는 날엔 (에이 오늘도 공쳤구나)라는 말을 쓰나보다.
안개가 내리는 장면을 잘 찍어야만 정말 그 은은한 분위기와 고상함 고즈넉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운치를 한꺼번에 제공 할 수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뭇가지 사이로 천막을 치고 점심을 먹었다.
안게속에서 그 은실비(내가 정말 좋아하는 올리비아 뉴톤죤의 Silvery rain)를 가리기 위해
천막을 치니 또 한층 분위기가 업돼서 신선이 앉아 점심을 즐기는 기분이랄까?
밥을 다 먹고 나니 어느정도 안개가 걷히고...여기저기 경관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 어릴 때 다식으로 많이 해 먹던 그 귀하던 송화가 여기저기 탐스럽게 맺혀있다.
지금은 한과를 주문해도 저 송화가루로 만든 다식은 좀처럼 구경 하기가 힘이 들다.
그래서 모든 신뢰성이 무너 지기도 하고...쩝!!
그날 정말 그 송화도 그림의 한폭을 이루고 있었다.
바위 사이에서 나와서 그 힘든 역경을 다 견디고 저렇게 성장한 소나무!!
역시 한국인을 대표하는 끈기 인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산 하는길에 언제 그랬냐 싶게 구름 사이로 햇살이 서광을 비춘다. 아흐~~~!
가던 발걸음 멈추고 한컷 두컷!!
길이길이 변치 않을 고상한 작품이 되리니....
집에와서 사진이 몇컷 안되는 핑계로 집안 구석구석을 찍어 보고...
운동 나갔다가 억새가 제발 나좀 꺾어가 달라고 사정을 해서..몇가닥
청소를 할 때 마다..저기 걸려 있는 야채 액자를 보며..식구들 먹을거 하나라도 잘해 줘야지
하면서 다짐을 하게 만들고...그러다 보니 또!!나가서 맛있는 걸 먹어봐야 식구들 한테도 해주죠
그래서 바빠요 ㅎㅎㅎㅎ
우리 고순이는 역시 바빠요. 김치 냉장고 위에서 어찌 저리 가지가지 숨결마다..물좀 달라 재촉을 하는지...?
우리 대문 들어올 때 살짝 들어와야 돼요.
땡강땡강 주인장 빨리 나와 보라고 알리미 역활을 하는 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