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남한산성)
아직 단풍이 곱지는 않았으나, 어쩌면 좀 덜할 때 가 더 귀히 여겨져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자락에 여기저기 조금식 붉어지는 단풍은 곱디고운 청순이미지가 성숙미를 더해 가는 듯 눈이 정말 행복했다.
군데군데 이끼와 함께 낙엽이 어우러져 완연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남한산성내에 있는 기도원이 있었다.
수능 기간이 다가오므로 마음속에 행운이나 성취를 원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초를 천원에 사서 불을 켜고 유리관속에 넣으며 마음속에 있는 바람을 기도한다.
나도 우리딸의 대학합격을 기원하는 초를 하나 사서 불을 붙였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딸들도 합격하여 좋은 소식을 안겨 달라고 빌고 유리관 속에 진열했다.
성모마리아 상! 마음이 저절로 순결해 지는 듯.....
오늘 본 경치 중에서 가장 단풍이 많이 든 산자락의 한군데다.
성 담장밖에도 가을을 알리는 국화가 피고, 이곳 저곳 다 아름다운 경치를 뽐내느라 한층 바쁜 가을의 문턱이다.
여기도 역시 성 안에서 본 담장밖의 단풍!
여기저기 나무밑 아니면 인적이 조금 드문 흙이 고운 곳에는 이끼처럼 고운 풀들이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버린듯한....그러나 가을이라는 이름앞에 이마저도 예쁘다.
가을 들판이나 산자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는 언제 보아도 어쩌면 저리 예쁜지...
원래도 꽃을 좋아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꽃이 더 예쁘고 좋아지는 것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을 온순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꽃에게 있는거 같다고도 생각해 본다.
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절로 나니....자동적으로 마음이 고와 지는것 아닐까?
갈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곳에서라도 피어 있는 자태가 아름답다.
인간이 아닌 이름없는 풀들마져도 무르익어 갈 때는 그렇게 숙연하게 아름다운 가보다.
어느 길모퉁이에 핀 꽃에 아직도 겨울 준비를 다 못 끝낸 배추 나비 인듯한 철없는 나비가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