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골짜기들을 뻗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솟아 있는 산이다.
이 산의 골짜기들은 깊고 수량이 풍부하여 많은 소폭과 소를 형성하고 있으며 울창한 원시림과 어울려 먼 태고적 시간을 느끼게도 해 준다.
특히 이 곳에는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지 즉 삼재불입지처(물,불,바람 세가지 재난이 들지 않는다는 곳)가 7군데나 있어, 삼둔사가리라고 하였는데 살둔, 월둔, 달둔등 3둔과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4가리가 그 곳들이다.
그래서 옛적에는 평안도와 함경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어 수백 가구의 화전민촌을 이루고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맑은 내린천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해서 산의 높이와 방향에 따라 서서히 바뀌어지는 야생화 군락들, 그 사이로 나있는 산 길을 따라 산상의 화원을 걷다가 원점 회귀 하는 산행 길 이었다.
가 보고싶었던 곳, 다녀오면서 더욱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곳, 아람드리 나무가 숲을 이루고 아름다운 물 길과 아름다운 야생화가 길을 이루는 곳, 모든 생명들이 짙푸르게 성장하고 그 생명들의 영혼까지도 편안해 지는 곳, 이 계절 그 곳의 수많은 길들 중 한 곳을 다녀와서 나는 또 한 가지의 그리움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설래이는 마음으로 내린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며
물과 산이 만나는 기슭에서 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린 산철쭉의 수려함
하니동계곡 입구에 들어서자 미나리냉이꽃의 아름다운 술렁임이 눈에 들어오고
하니동계곡을 흘러내리는 생명의 물 줄기
그 주위에 관중, 금낭화, 산괴불주머니가 만들어 놓은 조그만 정원
피나물들의 산상 음악회
관중과 박새의 춤사위
동의나물들의 환호
이끼 낀 바위와 동의나물이 만들어놓은 풍경
홀아비 바람꽃들의 소망
이끼 낀 바위에서 더부살이 하는 개별꽃 무리
산괴불주머니와 새로 나온 나무가지가 만들어내는 새생명의 역동성
박새와 피나물이 이루어놓은 독특한 풍경
보석처럼 빛나던 산괭이눈의 눈부심
박새와 얼래지, 홀아비바람꽃들이 살아가는 한 세상
정갈하고 화려한 현호색
방태산의 깃대봉(1436)에 올라 바로 앞의 배달은산과 멀리 주걱봉이 바라다보이는 시원한 능선들, 초원처럼 보이는 곳이 대골재
다시 관목숲 사이로 현호색, 홀아비 바람꽃, 박새가 이루어놓은 산상 화원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