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그 지독한 장마의 끝자락으로 접어들즈음 우리는 금학산-보개봉-고대산 종주에 나섰다.
4년 전에도 금학산을 넘어 보개봉을 오르는 고개까지 갔었는데, 군부대 뒷편에서 산행 진입로를 못찾아서 먼 신작로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던 산행 길 이었다.
그 때는 군인들이 그 곳을 못들어가게 한다고 하여, 초병들에게 줄 뇌물(?)로 빵과 과자들을 사가지고 갔었는데, 이번 산행 길에서 보니 그 부대가 없어지고 빈 터만 남아있었다.
아침 6시 45분에 수유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동송 행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동송에는 8시 30분 경에 도착, 금학산을 보며 오르기 시작 하였다.
물기를 머금은 밭 작물들은 힘에 넘쳐 보였고, 옥수수의 수염이 사람의 머리처럼 하얗게 샌 것을 보니 이미 옥수수들도 잘 여문 것 같았다.
약수터를 지나면서부터는 계속되는 오르막 길 이어서 등산 초입에서부터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는데, 산행 길에는 드문드문 원추리와 하늘말나리 연잎꿩의다리 까치수영 등의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어서, 급경사의 등산로를 오르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매바위에 도착 동송읍을 조망 하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금학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 하였다.
충청권에는 계속 비가 내리는 날씨 여서인지 금학산 정상까지의 산행 동안은 비구름으로 경관이 별로 좋지 못했다. 금학산은 산의 형태가 학이 막 내려앉은 형국이라 하여 금학산이라 했다는데, 이 곳이 최전방이어서 그 정상에는 군 부대가 주둔 해 있다.
금학산을 내려가는 길 또한 급경사 였으며, 고개에서 이 전에 부대가 있었던 공터의 뒷쪽으로 오르니 지금은 산행 길을 알려주는 꼬리표가 잘 붙어있었다.
아직은 사람들의 손을 덜 탄 숲길에는 동자꽃 패랭이 좁쌀풀 같은 야생화들이 아름다웠고, 비교적 완만한 숲 길 또한 산행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보개봉을 지나면서부터 비구름도 걷히고 오히려 햇볕이 따가웠다. 긴 숲길에는 우리 일행 뿐 다른 등산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자연히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면 내 삶을 돌아보며 이중적 가치관을 정당화 시키며 사는 내 자신에게 씁쓸한 웃음도 지어보고.....
그 숲이 끝나는 곳에 고대산의 정상이 있었다. 그 정상에서 철원 평야도 바라보고, 금학산쪽도 바라보고, 지장산쪽도 바라보고 하며 약간의 휴식 후 우리는 다시 삼각봉을 지나 제2등산로(칼바위능선)-제3등산로-표범폭포에서 내려 오는 계곡에 도착해서, 알몸으로 풍덩!!!, 얼마나 시원하던지..ㅎㅎㅎ.
고대산 매표소에 도착해서 그 옆에 있는 오리구이 집 평상에 앉아 숯불 오리구이를 청정 야채에 싸먹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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