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내 품에 그대 눈물을...

두나별 2007. 8. 1. 21:42

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랜지 속 빵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 슬픔이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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