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더러 잊으라고 하시는 건. / 詩 강해산
날 두고 떠나시지만
날더러 잊으라고 하시는 건
너무 가혹한 형벌입니다.
갈 수 있을 때 떠나신다지만
쉽사리 떠나 보내지 못함은
잊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도저히
잊는다고 말을 못합니다.
아니, 당신은 날 두고 떠나시더라도
날더러 잊으라고 하진 마십시오.
지금까지 쌓았던
사랑의 공든탑을 허물긴 싫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많은 날을
그 탑 속에 갇혀
그리움과 함께 지내야만 할 테니까요.
날 두고 떠나시지만
날더러 잊으라고 하시는 건
너무 가혹한 형벌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십시오.
그래야만, 먼 훗날
희미한 추억 속에
당신을 기억할 테니까요.
나 그대의 따뜻한 품속에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