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차가움보다 더 한 고독의 설음이 흐른다/호미숙

두나별 2007. 12. 10. 23:44

회화나무 한 그루 제 몸을 부둥키고 몇 아름의 둘레로 외로움을 홀로 끌어안았다 고개 떨구고 침묵과 침묵 사이 사계절이 몇 번을 지나 하얀 계절에 우리의 첫 만남의 자리 색바랜 나무 벤치엔 우리의 추억이 겨울 햇살을 보듬고 빛을 자른다 당신이 있던 빈자리엔 앞서간 내 그림자가 흔적을 감싸며 내려앉고또 하나의 그림자를 찾아두리번 거리며 서성인다 강바람의 싸늘함이 솜털을 간질이다 소름이 돋는다 아니, 차가움보다 더한 무서운 고독의 설움이 돋는 것이다 얼지 않은 호수는 유유히 흐르고 우리의 결빙된 사랑은 녹을 줄 모르는데 당신은 지금 내 곁에 없건만 은빛 호수 위, 한 무리의 새가 비상하며 겨울 풍경을 그려낸다